희한한 인테리어 파우더카페 이런저런 이야기

집주변 불현듯 바람 쐬면 나가게 되는 곳은 늘 광릉수목원 근교입니다.
여름엔 나무들이 푸르고 무성해서 머리 식히기가 딱이었는데 지금은 다들 앙상하네요.
그래도 바람 쐴 곳은 여기가 가장 편한지라 볼거리가 없어도 버릇처럼 찾게 됩니다.

숲의 볼거리가 없어진 대신에 요즘은 예전엔 미처 눈여겨 보지 못했던 음식점이나 건물들을 종종 발견하고 있어요.
오늘은 아부지와 함께 파우더카페라는 곳에 들어가 봤습니다.
사실 요 카페는 봐둔지가 좀 됐지만 손님 없이 굉장히 조용해 보이고 바깥에서 보이는 분위기가 존재감도 좀 희미한 것 것이 손님을 끄는 분위기는 아니라 자꾸만 지나쳤던 것 같아요.
건물을 보니 굴뚝엔 연기가 폴폴 나고 있고 앞쪽에 유기농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살짝 고개를 디밀어 보니 아무도 없더라고요.
게다가 분위기가 시커먼 것이 뒷걸음쳐 나왔다가 아무도 없으면 문이 열려 있을리가 없지하고 다시 들어가보니 아저씨와 아주머니께서 계셨습니다.
눈이 딱 마주치고 손님은 저희밖에 없는 상황이라 나오기가 뭐해서 착석했어요.

이윽고 아주머니께서 따뜻한 보리차와 메뉴판을 내주셨습니다.
그냥 찬 물 한 컵이 아니라 따뜻한 보리차라 왠지 정겨웠습니다.
카페인데 음악이 없길래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보리차를 마시고 있으니 틀어주셨어요.
철지난 팝송들이었는데 분위기가 고즈넉하니 괜찮았습니다.

의외로 차메뉴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커피나 그런 종류만 있을 줄 알았는데 유자차, 생강차등의 한국적인 차들의 종류도 꽤 됐어요.
후다닥 넘겨버려 잘 보진 못했지만 식사메뉴도 있는 듯 싶었고요.
여기저기 진열된 와인들을 보니 와인메뉴도 있는 듯.
아버님은 생강차를 시키시고 전 가장 단 커피를 질문드려 카라멜 카푸치노를 시켰습니다.

메뉴를 시키고 나니 그제서야 주변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어요.
뭐라고 해야하나 그냥 희한했습니다. 하나 하나가 참 자기개성이 또렷한 것이 안 어울릴 듯도 한데 어울리는 듯도 싶고.

위에는 각자 다른 모양의 전등들이 내려와 있고 가운데에는 듬직한 난로가 있었습니다.
한쪽에는 안어울리는 철지난 크리스마스 트리가 깜빡이고 있었고, 건물 내부인데 중앙 테이블에는 파라솔이,
천장은 검은색 베이스에 검은색 천이 걸쳐져 있었어요.
카운터쪽은 모던함을 모티브로 한 것 같은데 자잘하게 올려놓은 판매용 아로마, 티라이트등의 형형색색의 물건들에
저희가 앉은 의자는 깔끔한 흔들 의자였고 반대쪽의 테이블은 호피무늬 소파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블랙앤화이트가 깔려있었지만 계획된 테마를 가지고 했다기보단 취향대로 계속 뭔가가 추가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상하긴 한데 묘하게 좋았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일수도 있지만 전 이런 느낌도 참 좋아하거든요.
반듯하고 깔끔한 것도 좋지만 이렇게 우왕좌왕 아기자기(?) 예측불허 같은 느낌이 매력적이었어요.

특히 중앙의 듬직한 난로는 우리 공장에도 이걸 들이고 싶다 할 정도로 맘에 드는 모양새라
아부지한테 슬쩍 찔렀더니 저거 꽤 비싸다고 하시더라고요.

특히 복잡한 와중에 한쪽은 창밖이 훤히 보이는 느낌이 좋았어요.
지금은 나무들이 영 앙상한게 좀 그랬지만 눈이 내리거나 여름이 와 초록빛이 돌면 바깥풍경이 참 보기 좋을 듯 싶습니다.
게다가 손님도 별로 없어서 얼굴에 철면피 좀 깔면 느긋하게 도면작업이나 마감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조명도 예뻤어요. 저 조명은 탐이 났습니다. 천장쪽도 새까매서 꼭 밤하늘의 별 같았어요.
들어오면서 이상하다 생각했던 저 파라솔도 이렇게 밑에서 올려다보니 운치 있더군요.

사진 찍다보니 주문했던 카푸치노와 생강차가 도착했습니다.
커피는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지 오오 하는 느낌은 없었지만 중간이상은 가는 것 같아요.
달달하니 괜찮았습니다.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았습니다. 컵도 귀엽고 아몬드 슬라이스를 솔솔 뿌려주셔서 먹음직 스런 것이 입맛을 돋궜어요.
게다가 제가 단 거를 자꾸 물어봐서 그랬는지 아주머니께서 센스있게 시럽을 따로 한가득 가져다 주셨더라고요.
생강차는 컵이 좀 촌스럽다 생각했는데 아버님께서 드셔보시더니 진해서 좋다고 하셨습니다.
하긴 내용물이 중요하죠 내용물이.
으레하는 가루 생강차를 생각했는데 생강을 직접 우리셨더라고요.
밑에 침전된 썰려진 생강들을 아버지가 맛있게 드시길래 안 매워요? 했더니
달달하다 하셔서 먹어보니 생강을 설탕이나 꿀에 절여서 우리신 듯 합니다.
커피보다도 맘에 들었어요. 담에 또 올 땐 저도 생강차를 시켜야 겠어요+ㄴ+

조용하니 분위기가 괜찮아서 나중엔 어머니도 같이 모시고 와야겠다 싶었어요.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기 좋은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창이 트인게 시원하니 좋아요.

그나저나 생강차가 오천원, 카푸치노가 육천원 이었는데 가격이 괜찮다 라는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의문이 뒤따랐습니다..
식사를 할 때면 오천원이면 '보편적인가?' 하고 육천원이면 '점 비싼데' 하는데 왜 어째서 차와 커피는?!
고민하고 있으려니 아버지가 분위기도 같이 먹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듣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밥 먹는데는 몇 곳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여유롭게 자리 차지하기가 좀 그런 게 있으니까요.
일종의 자릿세 같은 걸까요.
여하튼 오랜만에 괜찮은 출사였습니다. 이제 또 일일일을 해야죠ㅜㅜ

그나저나 광릉수목원 길을 달릴 때면 진짜 공방은 여기에 내고 싶어요.
한 번에 두 개를 운영할 정돈 아니라 이쪽에 내려면 공장을 접어야 하는데 이래저래 비용이 만만찮을 듯.
늘 그놈의 돈이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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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01/09 03:4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영원 2009/01/09 15:30 #

    가구에 감성이 없이 쌩하다는 말을 들어서 요즘 머리 식히며 고민 좀 하고 있어 ㅎㅅㅎ
    히히, 이쪽 좀 정리되면 너도 함 놀러와열 ㅎㅅㅎ//
  • snowbell 2009/01/09 10:17 # 답글

    항상 돈이 문제지요....ㅠ.ㅠ
    까페 분위기 좋아보이는데 지방인이라 가볼수가 없어요 ;ㅅ;
  • 영원 2009/01/09 15:32 #

    그쵸, 날이 갈수록 돈크리가..ㅜㅜ
    지방서까지 찾아오실 정도로 메리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가까운데다 분위기가 느긋해서 가기 좋은 까페정도인 것 같아요.
    이참에 스노우벨님도 동네탐방을 한 번 해보심은!
    이 곳에 벌써 이십년정도를 살았는데 저도 요즘에서야 속속 찾아내고 있거든요.
  • 나이르 2009/01/09 13:05 # 삭제 답글

    ..돈이 문제징..ㅠㅠㅠ 흑흑..ㅠㅠ 나 아직 입시가 안 끝나서 돈 없는데 알바도 못하구!!~ㅠㅠ
    하앍// 나도 저 카페카페!! 언제 가보고 싶엉!!
  • 영원 2009/01/09 15:33 #

    크흡...햇볕따땃하게 들고 창밖으로 숲이 보이는 그런 공방을 가지고 싶어.
    아 생각만해도 침이 흐른다..ㅇ<-< 나중에 시간 나면 함 놀러와열 ㅋㅋ
  • 허브차 2009/01/11 23:20 # 삭제 답글

    맨 마지막 사진의 과자가 제게 윙크를 ㅋㅋㅋㅋ 농담이고 너무 이쁘네요.
  • 영원 2009/01/15 03:32 #

    로투스 은근 중독성있죠. 엄청 달면서도 씁쓸한 식감이+ㄴ+!!!
    분위기 정말 괜찮았어요. 주인분들껜 죄송하지만 사람없이 조용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ㅎㅅㅎ
  • 파우더 2009/12/04 20:37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저는 파우더 카페주인 아줌마입니다 저희 카페를 이렇게 홍보 해주시다니 감사드립니다.
    파우더는 올해 조금 손을 봤담니다.
    다시한번 찿아주세요 꼭이요.
  • 움직이는 조명 2013/01/29 01:16 # 삭제 답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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